해외뉴스

성직자의 탈을 쓴 가해자들, 그리고 침묵한 교회

yeosuo3 2025. 5. 27. 21:39

수십 년간 감춰진 범죄, 전 세계로 드러나다
가톨릭 교회에서 벌어진 아동 성범죄는 특정 나라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미국, 유럽, 남미, 호주 등 전 세계적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성직자들이 아이들을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했고, 이를 교회가 조직적으로 숨겨왔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2002년, 미국 보스턴에서 처음 대대적으로 터진 이 사건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프랑스 독립조사위원회는 2021년 보고서에서 지난 70년간 약 33만 명의 아동이 성직자에게 학대당했다고 추정했습니다. 특히 피해자의 80%가 남자아이들이었고, 교회는 이런 범죄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고 밝혔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밝혀진 충격적인 진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2018년, 6개 교구에서 300명이 넘는 사제가 1,000명 이상의 아동을 성폭행하거나 추행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사건이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어떤 사제는 아이를 임신시키고 낙태를 도왔으며, 또 다른 이는 7살 아이를 강간했다고 자백했지만 교회는 이들을 조용히 다른 본당으로 옮겼을 뿐입니다.
아일랜드에서도 194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수만 명의 아이들”이 성직자들에게 학대를 당했고, 호주에서는 7%의 가톨릭 사제가 아동 성범죄에 연루되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호주 교회는 피해자들에게 몰래 약 2억7천만 달러(약 3,600억 원)를 지급하며 사건을 덮으려 했습니다.

문제는 은폐… 교회의 책임 회피
가톨릭 교회는 범죄를 저지른 사제를 처벌하기보다 감추기에 급급했습니다. 피해 사실이 드러나면 해당 사제를 다른 지역으로 보내고, 외부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아일랜드 더블린 교구 조사 보고서는 교회가 “교회의 평판과 자산을 보호하는 데만 집착했고, 피해 아동과 정의는 뒷전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심지어 바티칸은 1997년, 아일랜드 주교들이 성범죄를 경찰에 의무적으로 보고하자고 한 것에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더블린 대주교조차 바티칸의 태도를 “참담하다”고 표현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아동 성범죄 신고를 하지 않은 주교가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처벌은 집행유예에 그쳤습니다. 한 추기경은 “신의 법이 인간의 법보다 위”라는 말로 주교를 감싸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가해자들
많은 경우, 아동을 성폭행한 사제들은 처벌은커녕 다른 교구로 이동하거나 은퇴 권고만 받고 조용히 넘어갔습니다. 어떤 사제는 오히려 승진해 더 높은 지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아일랜드에서는 2011년까지 형사처벌을 받은 가해 성직자가 단 6명에 불과했고, 미국도 일부만 처벌받았습니다.
사건 대부분은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교회 측이 증거를 없애버려 기소가 어렵습니다. 결국 많은 가해자들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도 교회 울타리 속에 숨어 지내고 있는 것입니다.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들도 2021년 “바티칸이 아직도 국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용기를 낸 피해자들, 그러나 여전히 더딘 대응
오랜 시간 침묵했던 피해자들은 이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신부에게 성폭행당한 경험이 삶을 완전히 망가뜨렸다고 말합니다. 프랑스의 한 피해자 단체 대표는 교회가 오랫동안 범죄를 숨긴 것을 “도덕과 신뢰를 배신한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교황청은 뒤늦게 몇 차례 사과했지만, 행동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2001년, 베네딕토 16세는 재임 중 일부 피해자와 면담했고, 현 교황 프란치스코는 2018년 칠레 사건 대응 실패를 인정하고 전 세계 주교단을 소집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말이 아니라 가해자 처벌과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외칩니다.

도덕적 권위 추락, 교회의 쇠퇴
이처럼 수십 년간 반복된 범죄와 교회의 무책임한 대응은 가톨릭 교회의 도덕적 신뢰를 무너뜨렸습니다. 더 이상 교회는 정의와 사랑을 외치는 도덕적 중심이 아닌, 범죄를 숨긴 위선적 집단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아일랜드에서는 한때 주말 미사 참석률이 90%를 넘었지만, 2016년엔 36%로 급감했습니다. 미국에서도 가톨릭 신자의 37%가 교회를 떠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는 “아이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교회에 미래는 없다”고 말합니다.
결국, 교회의 쇠퇴는 스스로 자초한 결과입니다. 진실보다 체면을, 정의보다 권력을 지킨 교회는 이제 신의 심판이 아니라 대중의 외면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출처 : BBC뉴스 코리아 펜실베이니아주 가톨릭 성직자들, 아동 1천 명 넘게 성학대하고 은폐